“가라지의 비유의 숨은 뜻”(마 13:27-30)

27.집 주인의 종들이 와서 말하되 주여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28.주인이 이르되 원수가 이렇게 하였구나 종들이 말하되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것을 뽑기를 원하시나이까

29.주인이 이르되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30.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가라지 비유의 표면적인 해석은 이 세상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좋은 씨(천국의 아들들)를 세상에 뿌려 놓았으나 사단 마귀가 가라지(악한자의 아들들)를 덧뿌려 놓으므로 결실할 때에 종들이 발견하여 뽑기를 청했지만 예수님은 마지막 추수 때(심판)에 구분해서 가라지는 먼저 묶어 땔감으로 쓰고 곡식은 모아 곳간에 넣게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내용입니다.

이 말씀은 분명히 이 세상에서 성도가 많은 고난 가운데도 견디고 승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측면에서 본문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결실의 때에 종들은 곡식 사이에 자라는 가라지를 발견하였습니다.

가라지는 곡식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고 그 열매는 사람에게도 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들은 곡식들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뽑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고 계십니다.

이 이야기를 마태가 복음서를 기록할 당시의 상황과 비교해본다면 이해가 더 빠를 것입니다.

바울 사도를 제외한 예수님의 제자인 사도들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인들을 전도하는 데 힘썼습니다.

또한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 간의 심각한 마찰이 생기고 교회 내에서도 이방인 그리스도인들과 유대인 그리스도인들 간에도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태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공동체는 유대교와의 완전한 분리를 요구하였을 것입니다.

사실 선교에 방해되는 것이 이방인들의 핍박보다는 동족인 유대인들에게서 오는 핍박이 더 심하였기 때문입니다.

마태의 경우도 원 직업이 세리였으므로 예수님을 따르기 전에 유대인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비난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그가 유대인들과의 완전한 분리를 꺼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예수님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 가운데 마태복음이 가장 먼저 쓰였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가복음이 먼저 쓰였다는 것을 지지합니다.

마가복음의 경우 예수님의 행적을 위주로 기록되었으므로 그 하신 말씀들에 대해서는 마태복음보다 부족합니다.

아마도 마태가 이 복음서를 쓴 이유 중 하나가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많이 기록되지 못한 것을 직접 들은 사도로서 복음서에 채우기 위한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마태는 예수님께서는 유대교에 대한 복음전파의 사역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가라지 비유를 생각할 때 주님께서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하신 말씀이 기억이 났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예수를 부인하고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는 유대인들이지만, 그 가운데 아직도 구원해야 할 곡식들이 남아 있습니다.

자칫 가라지를 뽑으려다 아직 구원해야 할 수많은 곡식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주님은 곡식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게 하신 것입니다.

곡식과 가라지를 가리는 일은 종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닌 주인의 명을 받은 추수를 위한 천사들의 몫입니다.

교회와 성도는 거둬 드려질 곡식들이기도 하지만 좋은 씨를 뿌려야 할 종의 사명도 계속 감당해야 합니다.

세상은 언제가 교회를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교회는 핍박 가운데서 더욱 성장되어 왔습니다.

지금에와서 우리가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을 주장한다면 그 또한 예수님의 뜻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곡식과 가라지를 추수 때까지 두기를 원하십니다.

지금도 우리는 쉬지 않고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시는 저와 여러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