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주를 부르며” (시 88:8-18)

8.주께서 내가 아는 자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고 나를 그들에게 가증한 것이 되게 하셨사오니 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었나이다

9.곤란으로 말미암아 내 눈이 쇠하였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매일 주를 부르며 주를 향하여 나의 두 손을 들었나이다

10.주께서 죽은 자에게 기이한 일을 보이시겠나이까 유령들이 일어나 주를 찬송하리이까 （셀라）

11.주의 인자하심을 무덤에서, 주의 성실하심을 멸망 중에서 선포할 수 있으리이까

12.흑암 중에서 주의 기적과 잊음의 땅에서 주의 공의를 알 수 있으리이까

13.여호와여 오직 내가 주께 부르짖었사오니 아침에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이르리이다

14.여호와여 어찌하여 나의 영혼을 버리시며 어찌하여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시나이까

15.내가 어릴 적부터 고난을 당하여 죽게 되었사오며 주께서 두렵게 하실 때에 당황하였나이다

16.주의 진노가 내게 넘치고 주의 두려움이 나를 끊었나이다

17.이런 일이 물 같이 종일 나를 에우며 함께 나를 둘러쌌나이다

18.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

시인은 자신의 고난의 상황에 자신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로 ‘주께서 내가 아는 자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고 나를 그들에게 가증한 것이 되게 하셨사오니 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었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아는 자’라는 말의 ‘알다’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야다’가 원형으로 단순히 아는 관계가 아닌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고 그들이 자신을 혐오스러운 존재처럼 대하는 현실을 애통하며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자신을 이러한 상태에 처하게 하신 분이 ‘주’이시라고 고백합니다.

‘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었나이다’라는 말씀을 볼 때, 자유롭지 못하게 될 정도로 심각한 고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율법에 따라 격리되는 나병과 같은 중한 질병으로도 추정 가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나병을 하나님의 징계로 여겼기에 시인이 나병에 걸렸다고 한다면 스스로 이 질병이 자신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시인은 ‘곤란으로 말미암아 내 눈이 쇠하였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눈이 어두워지는 경우는 노안으로 인한 것이나, 질병으로 인할 수도 있겠으나, 시인이 그 원인을 ‘곤란’이라고 밝히는 것을 볼 때 극심한 고난으로 인해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를 ‘내 눈이 쇠하였나니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고통의 순간 시인은 절망하지 않고 매일 주를 부르며 성소에 계신 주를 향하여 두 손을 들고 기도하였습니다.

구약의 성도들은 사후 세계에 관한 분명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10-12절에서 죽음 이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하나님께 질문 형식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주께서 죽은 자에게 기이한 일을 보이시겠나이까 유령들이 일어나 주를 찬송하리이까’라고 질문합니다.

살아있는 자는 주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을 볼 때 주를 찬송할 수 있지만, 죽은 자는 아무런 기회가 없다는 뜻입니다.

즉 시인은 자신에게 구원의 놀라운 일을 베푸사 주를 찬송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호소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주의 인자하심을 무덤에서, 주의 성실하심을 멸망 중에서 선포할 수 있으리이까’라고 질문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성품이신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자신이 죽고 나면 사람들에게 선포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시인은 주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사람들에게 증거할 수 있도록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흑암 중에서 주의 기적과 잊음의 땅에서 주의 공의를 알 수 있으리이까’라고 질문합니다.

죽음의 세계를 흑암과 잊음의 땅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은 주의 기적도, 주의 공의도 아무런 의미 없는 망각의 상태이기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주시어 주의 기적과 공의를 보고 하나님을 찬양할 기회를 주시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신자는 죽음 이후 천국에서 주를 찬양하는 복락의 삶을 누리지만, 불신자가 가는 지옥에서는 어떠한 기회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13-14절에서 말씀하는 바와 같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자신을 버리시거나 주의 얼굴을 숨기지 마시고 속히 구원하여 주시기를 아침마다 부르짖어 기도하였습니다.

시인은 고난의 기간을 ‘어릴 적부터’라고 말하므로 고난이 상당한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 왔음을 고백합니다.

문제는 그 고난을 주시는 주체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의 진노와 주의 두려움이 물이 건물을 둘러 돌며 집어삼키듯이 시인을 절망의 순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 떠나게 하시어 마치 찾을 수 없는 흑암 속에 숨겨진 것과 같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본 시는 절망 가운데서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며 처한 고난의 책임을 하나님께 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절망의 순간을 해결하실 분이 오직 구원의 하나님이신 주밖에 없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난의 순간에도 주를 의지하고 낱낱이 기도로 아뢰므로 주시는 응답 가운데 사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