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귀를 기울여 주소서” (시 88:1-7)

1.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야로 주 앞에서 부르짖었사오니

2.나의 기도가 주 앞에 이르게 하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주의 귀를 기울여 주소서

3.무릇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

4.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인정되고 힘없는 용사와 같으며

5.죽은 자 중에 던져진 바 되었으며 죽임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 주께서 그들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시니 그들은 주의 손에서 끊어진 자니이다

6.주께서 나를 깊은 웅덩이와 어둡고 음침한 곳에 두셨사오며

7.주의 노가 나를 심히 누르시고 주의 모든 파도가 나를 괴롭게 하셨나이다 （셀라）

시편 88편은 표제가 ‘고라 자손의 찬송 시 곧 에스라인 헤만의 마스길, 인도자를 따라 마할랏르안놋에 맞춘 노래’로 되어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고라 자손의 찬송 시’라는 말은 그 저자가 고라 자손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이 시가 고라 자손의 찬송 시에 수록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뒤이어서 이 시의 저자를 ‘에스라인 헤만’이라고 밝히는 것으로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다윗이 세운 찬양대 악장 헤만은 고라 자손이지만, 본 시의 저자인 헤만은 에스라 사람이라고 구별한 것을 볼 때 다윗 시대의 헤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자는 고라 자손 헤만이 유다 족속인 에스라 가문에 양자가 된 것은 아닌가 추측하기도 하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또는 역대상 2:6절에 나오는 세라를 에스라와 동일인으로 보고 그의 아들들인 ‘시므리와 에단과 헤만과 갈골과 다라니’ 중 한 사람인 ‘헤만’으로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시편 89편의 저자인 ‘에스라인 에단’과는 형제가 됩니다.

‘마스길’이라는 말은 ‘교훈시’를 뜻하는 말로 시편에서 여러 번 나오는 단어입니다.

본 시는 지휘자에 인도에 따라 찬양대가 불렀는데, ‘마할랏르안놋’이라는 곡조에 맞춰 불렸습니다.

‘마할랏르안놋’의 뜻은 ‘고통스러운 질병’인데, 곡조가 매우 슬픈 느낌으로 연주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 시의 내용은 죽음의 고통 가운데 놓인 시인이 자신의 죄를 자복하며 하나님께 구원과 회복을 호소하는 기도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라고 부릅니다.

‘여호와’는 언약하신 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원하여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유일하신 하나님을 뜻하며, ‘내 구원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현재 겪고 있는 죽음의 고통에서 반드시 구원하시리라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시인은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셨던 여호와 하나님께서 시인의 하나님이시므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구원하시기를 소망하며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기도가 주 앞에 상달 되어 그 기도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날마다 주야로 부르짖어 기도하였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기만 한다면 반드시 구원하시리라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3절부터는 자신이 이렇게 부르짖어 기도하는 이유를 밝힙니다.

먼저는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라고 말씀합니다.

시인이 처한 고통의 상황이 많은 고난으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유로 고통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시인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의 순간에도 유일한 해결자이신 하나님께 자신의 상태를 밝히며 구원해주시기를 호소하는 것입니다.

또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인정되며 힘없는 용사와 같으며’라고 말씀합니다.

즉 고난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자신의 상태가 죽어 무덤에 묻히는 자와 같이 취급당하고 용사와 같이 용맹스럽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무런 힘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정되며’라는 말씀은 당시 시체를 불결하게 여겼던 유대인들의 풍습을 생각할 때 시인이 고난 중에 있으면서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죽은 자와 같이 외면당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죽은 자 중에 던져진 바 되었으며 죽임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라고 말씀합니다.

자신이 마치 억울하고 비참하게 살해당하여 땅에 묻힌 자와 같다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상황이 하나님께서 죽은 자들을 대 하시는 것과 같이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신 결과라고 여깁니다.

이에 더해 자신이 무덤 속에 묻혀 죽은 것과 같은 상태가 놓이게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의 노가 나를 심히 누르고 주의 모든 파도가 나를 괴롭게 하셨나이다’라는 표현을 볼 때 시인은 이 모든 고난이 자신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절망의 순간이 오고 마치 하나님께서 나를 외면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신앙의 침체기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나와 함께하시는 주를 믿고 기도하므로 응답받아 승리의 길을 가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