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심판하소서” (시 82:1-8)

1.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에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

2.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셀라）

3.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4.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지니라 하시는도다

5.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6.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7.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

8.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

시 82편은 아삽의 시이며 표제도 ‘아삽의 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불의한 재판관들에 대한 경고의 말씀과 공의의 하나님께서 친히 세상을 심판하시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신들의 모임’은 해석이 쉽지는 않은 구절입니다.

개역한글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회’로 번역했고, 새번역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법정’, 공동번역에서는 ‘신들을 모으시고’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성경에서 어떤 난해한 단어나 구절이 나타날 때는 먼저 주변 구절을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불공평한 판단을 책망하시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신들’은 하나님의 공의로운 재판의 대리적 성격을 띤 재판관들을 의미하는 것이 옳은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신들의 모임 가운데 서시며’라는 말씀은 같은 구절의 ‘그들 가운데서 재판하시느니라’라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모든 재판관들 가운데 서시어 그들이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행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계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라고 책망하십니다.

‘악인의 낯을 보기를’이라는 말씀은 재판관이 불공평한 재판으로 악인의 편의를 봐주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재판관은 공의로운 판단을 요구하기에 혹시라도 있을 실수나 불공정을 방지하기 위해 세 번에 걸쳐 재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공의로운 재판관들은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져내는’ 재판을 해야 합니다.

‘곤란한 자’는 악인들에게 억울하게 핍박받는 사람을 의미하며, ‘빈궁한 자’는 가난한 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비슷한 세 번에 걸쳐서 반복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얼마나 크고 엄중한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불의한 재판관들은 불공평한 재판으로 가난한 자, 고아, 곤란한 자, 빈궁한자 등을 괴롭히는 악인들에게 편파적인 판결을 하여왔던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라고 말씀합니다.

즉 그들은 무지하여서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을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자기 이익을 위하여 부도덕과 불공정이 판치는 흑암 속에 의도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하나님께서는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은 마치 창조때부터 견고히 만들어진 모든 땅이 지진으로 흔들려 그 위에 세워진 것이 다 무너지듯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덕적 규범들까지도 무너지는 무법한 세상이 되었음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재판관들은 ‘신들’과 ‘지존자의 아들들’이라고 하였다고 말씀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재판관이 가진 권위가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표현들입니다.

그렇기에 재판관들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공의로운 재판에 힘써야 할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사람들을 판단할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았을지라도 결국은 그들도 연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만일 그들이 공의롭지 못한 재판으로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판결을 내는 악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생각지 못한 어느 때에 그들의 생명을 거두시거나 불의한 자가 당하는 파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하나님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라고 하나님의 공의로운 판단이 이 세상에 이루어지기를 간구합니다.

하나님의 소유인 모든 나라에 무너진 공의가 바로 세워지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바로잡아 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이 나라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 공의로운 나라 되기를 기도하는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