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시 77:1-9)

1.내가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내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2.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내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나니 내 영혼이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

3.내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불안하여 근심하니 내 심령이 상하도다 （셀라）

4.주께서 내가 눈을 붙이지 못하게 하시니 내가 괴로워 말할 수 없나이다

5.내가 옛날 곧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였사오며

6.밤에 부른 노래를 내가 기억하여 내 심령으로, 내가 내 마음으로 간구하기를

7.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8.그의 인자하심은 영원히 끝났는가, 그의 약속하심도 영구히 폐하였는가,

9.하나님이 그가 베푸실 은혜를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가 베푸실 긍휼을 그치셨는가 하였나이다 （셀라）

시편 77편의 표제는 ‘아삽의 시, 인도자를 따라 여두둔의 법칙에 따라 부르는 노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두둔은 아삽, 헤만과 더불어 다윗이 세운 찬양대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여두둔의 법칙’이라는 것은 여두둔이 만든 창법 내시는 곡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표제의 내용은 아삽의 시를 찬양대 지휘자가 여두둔이 만든 법칙에 따라 불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시는 아삽의 시라고는 되어 있지만, 학자들 대부분은 후대에 아삽의 후손에 의해 쓰여졌을 것으로 봅니다.

어떤 이들은 하박국 3장의 내용과 유사함을 들어 하박국 선지자가 본 시를 참조하여 쓴 것으로 보고 저작 시기를 하박국 선지자가 활동하던 요시아 왕 시대보다는 앞설 것으로 봅니다.

어떤 이들은 유대학자들의 주장을 따라 본 시가 바벨론 포로기 때 사용하던 방언으로 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바벨론 포로기에 쓰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내용상 저작 연대를 특정할 만한 단서는 없으며, 다만 민족이 겪는 오랜 환난으로 인한 탄식을 토로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때 평안했던 다윗이나 솔로몬 시대보다는 후대에 어떤 고난의 시기를 배경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1-9절은 시인이 오랜 환난으로 인해 갖게 된 극심한 마음의 갈등과 고통을 하나님께 토로하는 내용입니다.

시인은 ‘내가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내 음성을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내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라고 고백합니다.

비록 그는 현재 오랜 환난으로 인해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마음 가운데 있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시고 반드시 응답하시리라는 확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마음의 상태가 너무 절망적인 가운데 있으므로 속히 응답하시기를 간구하는 마음에서 반복적으로 ‘내 음성으로 부르짖겠다’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인은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라고 말씀하며, 현재 상황이 아직 환난 가운데 있음을 나타납니다.

시인은 낮이고 밤이고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쉬지 않았으며, 그를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위로를 거절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어떤 이들은 시인이 개인적 환난을 배경으로 이 시를 썼을 것으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10절 이후에서는 과거 이스라엘을 구원하셨던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회상하는 것으로 볼 때 국가적 환난을 개인적 고통으로 받아들여 애통해하는 시인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타당합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음에도 응답이 늦어지므로 마음이 불안하고 근심에 빠졌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겪고 있는 환난이 이스라엘의 범죄로 인한 징계라고 한다면 혹시 하나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절박함으로 심령이 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시인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고, 육신적으로도 너무 지쳐서 말조차 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과거 하나님께서 시인이 기도에 응답하시고 환난 가운데 구원하셨으며 평안의 복을 주셨을 때를 회상합니다.

과거에도 시인은 환난을 겪었었고 그때도 밤에 부르짖었으며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므로 애통이 기쁨의 노래가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더 극심한 고통 가운데 있음에도 하나님께서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시인은 마음에 근심과 불안을 솔직하게 하나님께 아뢰기를,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그의 인자하심은 영원히 끝났는가, 그의 약속하심도 영구히 폐하였는가, 하나님이 그가 베푸실 은혜를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가 베푸실 긍휼을 그치셨는가’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믿음 없어 보이는 시인의 고백이지만, 이는 하나님께 가장 솔직한 기도를 드리는 것이며, 마음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토로하여 하나님께서 살피시고 응답해주시기를 촉구하는 정직한 간구인 것입니다.

기도는 잘 꾸며진 기도문이 아니며, 진실하게 현재 나의 상태를 낱낱이 아뢰는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날마다 기도하기에 힘쓰며, 환난 중에도 주의 인도하심을 믿고 평안 가운데 사시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