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성전을 더럽히고” (시 79:1-4)

1.하나님이여 이방 나라들이 주의 기업의 땅에 들어와서 주의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이 돌무더기가 되게 하였나이다

2.그들이 주의 종들의 시체를 공중의 새에게 밥으로, 주의 성도들의 육체를 땅의 짐승에게 주며

3.그들의 피를 예루살렘 사방에 물 같이 흘렸으나 그들을 매장하는 자가 없었나이다

4.우리는 우리 이웃에게 비방 거리가 되며 우리를 에워싼 자에게 조소와 조롱 거리가 되었나이다

시편 79편은 표제가 아삽의 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시는 1절부터 ‘주의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이 돌무더기’가 된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예루살렘이 바벨론에게 파괴된 남유다 멸망 직후에 아삽의 후손 중 하나가 기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본 시의 내용은 시인이 폐허가 된 성전과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면서 그 참상을 하나님께 호소하고 이러한 일을 일어나게 한 이스라엘 민족의 죄를 회개하며 원수들에게 복수하여 주시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1-4절은 이스라엘이 당한 참상을 하나님께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이여’라고 ‘엘로힘’의 하나님을 부르며 시를 시작합니다.

‘엘로힘’은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표현하는 칭호이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참상을 보시고 그 전능하신 능력으로 회복시켜 주시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현재 주의 성전이 더럽혀지고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져 완전히 폐허가 된 상황을 하나님께 아룁니다.

이 참상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기업이며, 성전은 하나님께서 임재하시어 백성들을 통치하시는 곳이며,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들이기 때문입니다.

히스기야 왕 때도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위협하는 앗수르의 공격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친히 그들을 전멸시키시므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주셨습니다.

어쩌면 바벨론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시인을 포함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이때도 지켜주실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멸망 당하는 상황을 보시면서도 침묵하셨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우상숭배에 대한 잘못을 회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애굽과 같은 이방 나라를 의지하여 해결하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의 죄악을 경고하셨고, 멸망을 예언하셨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고 거짓 선지자들이 말하는 희망적인 말에 취해 있었습니다.

예레미야 25:11, “이 모든 땅이 폐허가 되어 놀랄 일이 될 것이며 이 민족들은 칠십 년 동안 바벨론의 왕을 섬기리라”

결국은 이스라엘이 멸망하였고, 그 참상을 보며 시인은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 내에는 장사 되지 못한 시체들이 즐비하였으며, 시체를 먹는 새와 짐승에게 훼손되고 있었습니다.

죽은 자들이 흘린 피는 예루살렘 사방에 물 같이 흘려있었습니다.

더 비참한 것은 살아있는 자들은 다 포로로 끌러가므로 그 시체들을 장사 지내줄 사람들조차 없었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인들은 시체가 매장되지 못하는 것을 가장 치욕적인 죽음으로 여겼습니다.

예레미야는 그 참상을 표현하며 하나님께 호소하기를 ‘여인들이 어찌 자기 열매 곧 그들이 낳은 아이들을 먹으오며’라고까지 표현하였습니다.

예레미야애가 2:20, “여호와여 보시옵소서 주께서 누구에게 이같이 행하셨는지요 여인들이 어찌 자기 열매 곧 그들이 낳은 아이들을 먹으오며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어찌 주의 성소에서 죽임을 당하오리이까”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인이 소망을 갖는 것은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며,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을 영원히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는 믿음에서입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을 예언했던 예레미야 선지자도 그 비참한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의 참상을 노래하면서도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예레미야애가 3:22-23,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이스라엘의 멸망은 주변 나라들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스라엘을 조소하는 것이 아닌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이름이 조롱당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진노 중에도 자기 백성을 향한 긍휼을 잊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상황과 처지를 하나님께 소상히 아뢰고 그 주시는 위로와 긍휼로 새 힘을 얻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