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멸하소서” (시 74:4-11)

4.주의 대적이 주의 회중 가운데에서 떠들며 자기들의 깃발을 세워 표적으로 삼았으니

5.그들은 마치 도끼를 들어 삼림을 베는 사람 같으니이다

6.이제 그들이 도끼와 철퇴로 성소의 모든 조각품을 쳐서 부수고

7.주의 성소를 불사르며 주의 이름이 계신 곳을 더럽혀 땅에 엎었나이다

8.그들이 마음속으로 이르기를 우리가 그들을 진멸하자 하고 이 땅에 있는 하나님의 모든 회당을 불살랐나이다

9.우리의 표적은 보이지 아니하며 선지자도 더 이상 없으며 이런 일이 얼마나 오랠는지 우리 중에 아는 자도 없나이다

10.하나님이여 대적이 언제까지 비방하겠으며 원수가 주의 이름을 영원히 능욕하리이까

11.주께서 어찌하여 주의 손 곧 주의 오른손을 거두시나이까 주의 품에서 손을 빼내시어 그들을 멸하소서

오늘 본문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짓밟은 바벨론의 죄를 소상히 밝히며 그들에게 원수 갚아주시기를 소원하는 내용입니다.

시인은 이스라엘을 점령한 대적들을 ‘주의 대적’이라고 말씀합니다.

이스라엘을 다스리시는 진정한 왕은 다윗의 왕가의 왕이 아닌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을 점령하고 예루살렘성과 성전을 파괴한 대적들은 주의 대적입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승리의 깃발을 꽂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댑니다.

그들이 승리의 깃발을 꽂은 곳은 아마도 성전이 파괴된 자리일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 회중’라는 말씀이 ‘지정된 장소’ 또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서 보통은 성소에서 예배를 위해 모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스라엘의 종교적 중심지인 성전을 파괴하고 그곳에 깃발을 꽂은 행위는 단순한 정복의 개념보다 자신들의 신이 이스라엘 신을 이겼다는 교만한 생각에서 기념하고자 한 것입니다.

대적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하나님의 궤를 모신 성전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들을 베듯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전을 파괴했습니다.

도끼와 철퇴로 성소의 모든 조각품을 쳐서 부수고, 주의 성소를 불살랐습니다.

‘주의 이름이 계신 곳’ 즉 백성들이 주의 이름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성전의 모든 장소를 다 짓밟고 더럽혔으며 모든 것을 불태워 다 땅에 엎어지게 하였습니다.

대적들은 남유다를 점령하고 속국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아닙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우리가 그들을 진멸하자’라고 말하며 성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회당까지 다 불살랐습니다.

‘회당’은 성전은 아니지만, 성전에서 먼 지역에서 종교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세워진 곳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먼 지역의 회당까지 다 불살랐다는 것은 남유다를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멸망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시인은 ‘우리의 표적은 보이지 아니하며 선지자도 더 이상 없으며’라고 말씀합니다.

성전과 모든 회당이 파괴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다시 회복하리라는 어떠한 메시지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선지자로 인정받던 이들도 죽거나 다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 더 참담한 것은 이 고난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사장도 선지자도 사라지고 완전히 잿더미가 돼버린 성전 터를 바라보며 시인은 어떠한 소망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예레미야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70년의 포로생활 후에 포로된 자들을 이스라엘로 돌아오게 하시고 나라를 다시 회복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시인이 그 사실을 안다고 할지라도 현재 바라보는 상황은 그저 암담할 뿐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암담한 현실에 자포자기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친히 대적들을 물리치고 이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구원하시기를 간구합니다.

현재 대적들은 끊임없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조롱하고 나아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이름을 능욕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그들에 비방과 능욕에 시인은 더는 하나님께서 침묵하지 마시고 그들의 비방을 그들의 능욕하는 것을 갚아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잔악하게 백성들을 핍박하고, 성전을 파괴하는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도 교만하게 떠들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참으시기 때문이며, 이스라엘의 범죄로 인한 하나님의 징계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주의 손 곧 주의 오른 손을 거두지 마시고 그 손을 빼내시어 그들을 멸하시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성도가 아무리 암담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낙심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다 아시고 갚아주실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오늘도 그 믿음으로 인내하시고 주시는 응답으로 기쁨을 얻는 복된 성도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